같은 것을 보고 다른 것을 생각하다, WGNB 백종환

 

WGNB의 백종환 디자이너는 2005년 국민대학교 공간 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2013년 동 대학원을 수료했다. 2005년부터 10년 동안 월가 어소시에이트에서 근무했고, 2015년 WGNB를 설립했다. WGNB는 [같은 것을 보고 다른 생각을 하다]를 모토로 브랜드와 사람을 담는, 좋은 공기가 머무는 공간을 지향한다. WGNB가 만든 주요 공간으로는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현빈집]을 비롯해, 교보문고, 엔드피스, 덱스터 스튜디오, 카카오 프렌즈 스토어, 써밋 갤러리, 준지 플래그십 스토어 등이 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정받아 JCD 디자인 어워드,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한 바 있다. 2018년에는 FRAME 어워드를 비롯하여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최고상인 골드를 받았으며, 독일 디자인 위원회가 주최하는 아이코닉 어워드에서 [2018 올해의 스튜디오]상을 수상했다.

 

XYZ

 

Q. WGNB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A. WGNB는 공간을 기반으로 하는 디자인 회사다. 그러나 우리는 공간 뿐만 아니라 공간에 담기는 많은 것들까지 디자인적으로 해석하고자 한다. 올해로 설립된 지 6년 차를 맞이했고, 현재 10여 명의 식구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Q.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어떻게 영감을 얻는 편인지?

 

A. WGNB 식구들과 회의를 하며 많은 아이디어를 얻는다. 우리도 물론 직급과 어느 정도의 위계질서가 있지만, 여느 디자인 스튜디오보다 더욱 자유롭게 각자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스튜디오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직원들끼리 테이블에 모여 여러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거기에서 프로젝트에 대한 키워드를 찾아낸다. WGNB에는 공간 스토리텔링 작가가 따로 존재한다. 이 친구는 공간 디자인이 아닌 일러스트레이션, 금속 공예를 베이스로 하고 있는데, 덕분에 우리와는 다른 관점에서 프로젝트를 바라보곤 한다. 공간 프로젝트를 어떤 스토리로 꾸며 나갈지 기획하거나, 우리가 공간에 대해 모은 아이디어를 스토리로 만들기도 한다.

 

XYZ

 

Q. 최근에는 (WGNB의 공간 스토리텔링 작가처럼) 공간 디자인에 대한 경계가 모호해지는 경향이 있다. 이에 대한 견해가 있다면?

 

A. 우선, 공간 디자인에 있어서 명확한 경계가 허물어지는 이유는 ‘시장이 원하기 때문’인 것 같다. 요즘은 공간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아트웍을 하는 젊은 친구들, 중견 건축가들도 공간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다. 다른 베이스를 가진 여러 영역의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공간에는 그곳만의 차별성이 있기 때문에 클라이언트나 사용자들이 자꾸 찾는 것이다. 사람들은 늘 똑같은 것보다 공간에 들어섰을 때 색다른 느낌을 주는 장소를 좋아한다. 결국 디자인이라는 것은 클라이언트, 사용자가 있어야 살아남는것 아닌가? 시장이 원하기 때문에, 수요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런 경향이 이어질 것 같다.

 

Q. 최근 해외 건축, 디자인 씬에서 무척 사랑받고 있다. 불과 6년차를 맞이하는 스튜디오로서, WGNB와 백종환 디자이너가 주목받는 이유가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나?

 

A. 대학교를 졸업하면서부터 ‘(현재의 디자인 종주국이라 볼 수 있는) 유럽 등 서구권에서 우리나라의 디자인, 디자이너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우리나라에도 훌륭한 디자이너분들, 건축가분들이 많지만, 그중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진 분들은 그렇게 많지 않은 편이다. 한편으로는 억울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한국에도 실력있는 디자이너들이 있다는 것을 어필하고 싶어서 해외 디자인 미디어에 끊임없이 문을 두드려왔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작업이 알려지는 기회가 생기고, 그들 사이에서 알려져 다른 곳에서도 WGNB에 주목하게 되고, 운이 좋아 세계적인 어워드에서 수상하는 등 여러 길이 열리게 된 것 같다.

 

JUUN.J

 

JUUN.J

 

Q. 주로 상업공간 프로젝트를 많이 하는데, 다른 프로그램과 비교했을 때 상업공간만이 가지는 특징, 매력이 있나?

 

A. 일반 대중들은 일상생활에서도 특히 상업공간에 모여 물건을 사거나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등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그래서 특정계층만이 아닌 일반 대중들이 즐겨 찾고, 또 좋아해주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상업공간만이 가진 매력이라고 본다. 한편, 우리가 디자인한 상업공간을 찾아오는 이들이 우리가 의도한 동선대로 움직이며 우리가 의도한 바를 파악하고 공간을 경험하는 모습을 관찰하면 뿌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Q. BOONTHESHOP, Juun.J 등 공간 디자인에서 블랙 컬러의 활용이 눈에 띈다.

 

A. 사실 이점은 나도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다. 비슷한 톤의 디자인을 지양하며, 디자이너가 공간을 표현하는 방식이 일률적이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최근의 WGNB 프로젝트를 보신 분들에게는 블랙 컬러의 활용이 유독 눈에 띄었나보더라. 공교롭게도 최근의 몇몇 작업은 비슷한 톤이라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각 공간에 얽힌 이야기는 모두 다르다. WGNB만의 아이덴티티를 이야기할 때 ‘공간의 톤’이 아닌 ‘프로젝트를 만들어내는 방식’이 우리의 아이덴티티로 작용했으면 좋겠다. 지금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여러 가지 톤을 다채롭게 활용하며 작업하고 있다.

 

DEXTER STUDIO

 

PARADISE CITY JOANNE

 

Q. WGNB만의 디자인에 대한 철학이 있다면?

 

A. 얼마 전 출간한 책(공간은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의 서문에도 밝힌 바 있는데, ‘같은 것을 보며 다른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WGNB는 이를 모토로 모든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은 항상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디자인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발견하는 이야기’이며, 기존에 존재하는 것들을 연결해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면 (늘 존재했었지만) 그동안 보이지 않던 (새롭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우리의 눈으로 바람을 볼 수는 없지만, 우리는 피부로 바람을 느끼고,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바라보며 바람의 존재를 의심 없이 받아들인다. 이처럼, 이미 존재하는 어떤 사물이나 상황을 자세히 보고 관찰하면 전혀 다른,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WGNB는 이렇게 발견한 이야기를 공간 디자인으로 연결하는 스튜디오라 할 수 있다.

 

Q. 앞으로의 계획?

 

A. 앞으로의 계획은 늘 명확하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한국의 디자인을 널리 해외에 알리고 싶다. 또, 회사 내부적인 목표라면 공간 안에 담기는 더욱 다양한 것들을 이것저것 디자인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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